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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외국인친구 위로하는 방법 -해외살이에서 경험

by 검은양(黑未)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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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반듯하게 깍인된듯한 독일은 감정도 참 단정합니다. 좀 비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은 감정 표현에 억압이 거의 없죠. 더군다나 좋고 슬프고의 표현에 대해선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치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슬픔을 예로 들자면 장례식장에서 많이 울수록 예의에도 맞을 뿐 아니라 고인에 대한 지극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양식이기도 합니다.

 

독일인의 감정절제선

독일은 기쁨도 적당한 선, 슬픔은 더더욱 절제되어있습니다. 슬픔을 해체하고 분출시키는 문화가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분노 나 미움 은 이성적으로 먼저 생각을 하고난후 상황적으로 터뜨려야 할지 아닐지 결정을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입니다.  미운 사람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으로 자기를 보호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정말 합리적이지 않나요? 

 

감정선이 담백해서 부담감이 없고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인간미가 없습니다. 희노애락이 뚜렷한 우리네 기준으로 보면 건조하고 재미없고 딱딱하게만 느껴지지요.  삶이 한결같이 평화롭기만 하다면 이런 감정의 절제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생에 한두 번은 감정폭발이 오히려 건강한 정신을 지킬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해외살이에서 외국인친구 위로한 따뜻한 이야기 와 방법

 

12년 전 가을이 막바지를 가고 있을 때 독일에서 유일한 친구 인 질케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노산이었기에 10개월을 조심조심 저와 함께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녀가 분만 바로 전 정기검진을 갔을 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갑자기 아기의 심장이 멎어있었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 없이 잘 커가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질케는 사산아를 진통을 하여 분만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다음날 듣고 그녀를 찾았을 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일거진 얼굴입니다. 슬픔은 이미 터져서 온몸으로 타고 콸콸 쏟아져 나오는데 울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고 있었습니다.

 

소리를 내고 운다는건 부끄러운 것이 아닐진대 지극히 소리를 경계하며 간간히 비극적인 신음이 들릴 듯 말 듯 났습니다. 저는 그녀의 들썩이는 어깨를 감싸며 통곡을 하며 울었습니다. 미친 듯이 내 등을 구부리며 울었습니다. 그러자 질케는 틀어막았던 손을 아래로 내리고 내 등위에서 마음 놓고 울었습니다.

 

엄격한 카톨릭 집안에서 자란 그녀 는 평소에도 감정에 각이 잘 잡혀있었습니다. 마음껏 울 수도 없는 억압된 교육 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저는 여겨졌습니다. 자식 잃은 어미만큼 세상비극적인 일이 있을까요? 이럴 때 인간의 슬픔은 삼키는 것이 아니며 속으로 가라앉히고 넘기는 그런 것들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위로하면서 스스로도 위로를 받게 됩니다

 

질케를 위해 낸 나의 아이디어 자그마한 시골 동네라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동네유지이기도 해서 금세 다 알게 되었어요) 타인들이 건네는 위로조차도 부담스럽고 힘겨워 밖을 나가기를 꺼려하며 여전히 짐승처럼 오그리고 앉아 입을 막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도 보지 않게 뒷문으로 나오게 하여 차에 태워 숲으로 데려갔습니다.

 

 

자작나무와 전나무가 우거진 사이 에서 나와 함께 맘껏 울었습니다. 그러다 이끼가 잔뜩 낀 곳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그렇게 오고 가고를 몇 달 가까이 하니 아주 조금씩 안정되어 갔습니다. 바닥에 깔린 아픔까지 다 날려버릴 수는 없지만 슬픔이 숲 속으로 번져 조금씩 옅어진 때쯤 질케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몇 달 후 입양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글의 마무리 

 

질케는 저에게 받은 그 도움을 평생 잊지못할것 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어눌한 독일어 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치유해 주었던 고마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위로하는 일에서 언어가 유창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은 진실로서 전달이 되니깐요. 따뜻한 말 한마디 가 더없이 큰 위로가 될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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