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될 줄 알았다. 그러니 여러분들 또한 될 것이다"
이 말은 신춘문예 시 부분에서 당선된 "한백양" 씨의 당선소감입니다.
기교 부리지않고 거만하지 않으면서 희망이라는 양념이 잘 배합된 배춧국처럼 시원한 이 당선소감이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가 기대를 할수 있다는 것은 희망을 주지만 그것은 어쩌면 불확실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인간에게 빛과 같아 꼭 밝게 빛날수록 능동적인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때 뿐아니라 힘든 순간마다 보았던 불굴의 의지를 품고 있는 "빨간 머리 앤" 입니다. 수십 번을 봐도 이만하게 초긍정의 힘을 주는 만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죠!
저는 스무살때 처음 한 문예지에 글을 응모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글짓기부에 들어가 활발하게 활동을 했고 대회에서 자주 우승을 하곤 했었기에 글쓰기는 학교공부에 재능이 없던 내게 그나마 희미하게만 희망을 걸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학교에서 감성 좀 전다 싶은 아이들은 대부분 문예부에 들어가서 글을 쓰고 학예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그런 시절이라 중고등 때 문예부의 활동이 글쓰기의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기게 되었어요.
친구 세명과 함께 한 문예지에 나란히 응모를 하였었습니다.
셋 중에 한 명만 당선이 되었는데 우린 진심으로 당선된 친구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속으로는 쓰디쓴 맛이었는데 그건 부러움이었지 시기심은 아니었습니다.
한 친구는 아예 글쓰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인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였고 저는 3년간 몇 군데 더 응모했다가 모두 낙방하고서야 글 은 나의 길 이 아님을 알고 정말 포기했었네요.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을 갔다가 헤매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고 또 다른 것 해보고 이렇게 나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쌓이는 만큼 실패도 쌓여갑니다. 더러 두배로 쌓이는 배신을 때리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면 패배의 삶은 습관이 되어 그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백양 시인"의 당선소감에서 저는 한가닥 인공희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그의 당선 시 를 읽다 보니 일상의 표현을 이토록 고급지게 혹은 소박하게 편안하게 해 놓은 게 놀랍습니다. 심심한 맛 이긴 하지만 다섯 가지 맛 오미 가 다 느껴지는 시입니다.
웰빙
힘들다는 걸 들켰을 때
고추를 찧는 방망이처럼
눈가의 벌건 자국을 휘두르는 편이다.
너무 좋은 옷은 사지 말 것 부모의 당부가 이해될 무렵임에도 나는 부모가 되질 못하고
점집이 된 동네 카페에선
어깨를 굽히고 다니란 말을 듣는다 네 어깨에 누가 앉게 하지 말고 그러나 이미 앉은 사람을
박대할 수 없으니까
한동안 복숭아는 포기할 것
원래 복숭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누구에게 잘하진 못한다 나는 요즘 희망을 앓는다.
내일은 국물 요리를 먹을 거고 배가 출렁일 때마다
생각해야 한다는 걸 잊을 거고 옷을 사러 갔다가
옷도 나도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잔뜩 칭찬을 듣는 것
가끔은 진짜로
진짜 칭찬을 듣고 싶다
횡단보도 앞 노인의 짐을 들어주고 쉴 새 없이 말을 속삭일 때마다 내 어깨는 더욱 비좁아져서
부모가 종종 전화를 한다 밥 먹었냐고 밥 먹은 나를 재촉하는 부모에게 부모 없이도 행복하다는 걸 설명하곤 한다
-한백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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