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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검정 고무신 이 독일땅을 밟다

by 검은양(黑未)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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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처마밑에 놓여있던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 보면 시골의 정경과

엄마손에 끌려 외갓집 방문하면 반가움에 고무신을 허겁지겁 신고 뛰어나오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고무신 에는 언제나 일터에서 고단함을 묻히고 집으로까지 따라온 흙들이 있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외갓집에 맡겨놓으셨는데 아이들이라고 집에그냥

놀 게만은 하지 않으셨어요.

산에 가서 불쏘시게로 쓸 나뭇가지라도 주워와야 했지요.

어쩌면 그것이 놀이의 한 형태 이기도 했습니다. 사촌들이랑 나뭇가지 많이 모으기 내기를 하거나

어떤 지점을 정해놓고 누가 빨리 산에 오르나 경주도 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가지 불편했던 건 저는 늘 운동화가 흙먼지에 더럽혀지는 게 싫어서 전전긍긍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시골장터에서 외할머니께서 검정고무신을 사가지고 오셔서 저를 주었는데 그때

처음 고무신을 신어봤습니다.

착용감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외할아버지 것 보다 모양을 좀 더 낸 스타일리시한 신발이었어요.

더 이상 운동화가 더럽혀지는 걱정이 없는 그걸 신고 산으로 밭으로 뛰어다니며 짧은 방학 동안의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겨우 두 번의 방학으로 끝이 났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한국에서 통도사 에 갔을 때 그곳의 작은 가게에서 이쁘게 그림이 그려진 고무신을 보고는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누가 그렸는지 꽃잎이 살아있게 그려놓았길래 당장 한 켤레 사서 독일로 가져왔습니다.

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리고 있는 주말입니다. 어제부터 내리더니 오늘은 초록색을 더 선명하게

덫칠하려는듯 천천히 내리고 있네요.

어여쁜 고무신과 정원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서 다부지고 웃음 많던 그 어린아이 가 되어봅니다.

 

                                                                             photo by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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