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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강위로 적의 시체가 떠내려가다!

by 검은양(黑未)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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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 사방으로 뚫려있는 곳에 살다보니 곳곳이 물 의 몸 을 세밀하게 훓게된다.

컴퓨터앞에서 자판기 두드리며 마치 인생을 다 아는듯 이런저런 말로 다른사람들 앞 에

공갈협박 하거나 젠체 하거나 하다보면 방안 공기는 점점 무거워오고 나와 기계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럴땐 빨리 밖으로 나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면을 쓴 모습이 굳어져서 나를 못알아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겉옷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나오니 요즘 막 꽃망울 터뜨리기시작한 라일락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붉은 벽돌집에 사는 얀 할아버지 손녀가 이번달에 산달 이라는데 출산을 했을지 그집을 지나치면 궁금해진다.

잰걸음으로 걷다 눈에 들어온 겨울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그집엔

식탁에 사람이 여러 앉아있는 걸로 봐서 오늘 손님이 온 모양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강 이 보인다. 다리위로 저전거 여행을 떠나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는게 보이고

그 속에 늘 계절만 달리한 같은 색깔의 옷을 입은 눈에 익은 사람도 보인다.

다리아래에 부지런한 낚시꾼이 미끼를 걸어 강물에 던지는게 보이고 그 옆에 통에는 찰랑찰랑한

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생겨 그 옆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뭐 잡았어요?"

낚시꾼은 장어 두마리 잡아올렸다며 만족한 웃음으로 답을 했다.

사오십대 로 보이는 이 아저씨의 인상이 좋아 그 옆에 자리깔고 앉았다.

이곳의 강은 바닥이 진흙이라 색깔이 탁하다.

맑지는 않지만 거칠고 야생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길게 늘여진 수양버들은 강 과 지독히 애증관계에 있어보인다.

더러는 강물위를 세차게 내리쳐서 소용돌이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때는 서로 좋아죽겠다는 듯 살살

비벼대며 하하호호 하고있다.

이 곳의 강은 저 멀리 체코 에서 부터 흘러들어와 엘베강과 북해로 빠져 나간다.

그러니 이 강의 사연이 오죽 많으랴

굽이굽이 사연이 흘러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를 테오도르 스톰은 세계적 명작으로 작품을 완성시켰을것이다.

언젠가 내 인생을 아작낸 일본계페루 인 이 그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해서 매일매일 짐승처럼

울다가 복수할거라고 이 를 갈고있을때 나의 분노를 안타깝게 지켜보고있던 남편이 강가에 가서

앉아 있어보라고 했다.

그가 중국 속담에서 있는 말이라고 들었다며

이 구절을 들려줬다.

"네가 복수하려 하지않아도 강가에 앉아있으면 강위로 너의 적 시체가 둥둥 떠내려 올것이다"

이말 은 내게 아무리해도 내가 현실적으로 해결할수있는 방법이 없었고 누구도내편이 아닌 억울한

상황에 직면해있을때 최고의 위로가 되었던 말이다.

혹자는 이런위로에 비난을 할지 모르겠지만 한 못된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걸 잃는것도 모자라

주변의 것들을 빼앗아가는 억울한일을 당하고도 자신이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을때 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가 갈것이다.

적 은 지금도 존재 해있다. 단지 형체가 달라졌다.

이젠 외부에 적이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것을 보았다.

내부의 적은 더 무섭다. 이게 내 편이라고 착각되기때문이다.

나의 내부에 있는 적을 저 강 가에 실어 보내야 할때이다.

                                                                           최서우 작품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우리 한시대도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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