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식사초대를 할 때는 한국음식으로 뻑적지근하게 하지만 이번에는 전형적인 간단한 독일식 Wuerst (뷰어서트)와 빵 샐러드로만 준비를 했습니다. 최근에 앞집과 팬스(울타리)로 심어놓은 사이프러스 나무가지치기 문제로 갈등이 있어 이를 하루빨리 해결을 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독일은 이웃과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까?
대체로 분쟁이 일어난것은 법으로 해결합니다. 모든 건 법, 법적으로 하여 해결하지만 감정이 상하는 부분까지 커버는 하지 못합니다. 마음상하고 나면 이제 우호적 무관심 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이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깐요.
재작년에 우리동네에선 이웃과 소음이 원인이 되어 분노에 쌓인 젊은 남자가 사냥용 총 을 들고 위협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 신문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지경까지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살았던 앞집이 새벽까지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서 도무지 잠을 못 자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음악 좀줄여주면 안 되겠냐 했더니 여자가 일 년에 겨우 서너 번 있는 일인데 그거 못 참아주냐고 해서 아연질색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일 이후에 참으로 지척의 거리 친한 이웃은 만리도 더 먼 관계가 되어버렸네요.
물론 다시는 안볼 각오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됩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법적으로 처리하자면 밤 10시 넘어서 강한 소음은 신고대상입니다. 그 시간이 새벽 1시였으니 얼굴 붉힐 필요 없이 바로 경찰서에 전화하면 되지만 매일매일 얼굴 보는 이웃일 땐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적어도 동양사상을 가진 나로서는..
이웃과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으로 유지할 것
이웃과는 웬만하면 내가 양보하고 희생하고 손해 보는 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더라고요. 새로 시작하는 동네에선 무조건 그렇게 관계를 해나가고자 마음을 먹었기에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원을 끼고 있는 앞집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측을 부리기 시작해서 옆지기는 마음이 많이 상해있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그들과 또 불편한 관계가 되어질 것 같아 다시 한번 찬찬히 대화로 한번 풀어봐야 할 것 같아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맥주와 와인으로 건배를 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 가벼운 대화로 이어갔습니다.
정원에서 오래된 나무를 모으다가 모닥불 피웠습니다. 바싹 말라있는 나무는 잘 탑니다. 가을밤 기온은 제법 차가워서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불기운이 없으면 쉽게 몸이 덥혀지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갈등사안을 풀어냅니다.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우리가 60을 하고 그들이 40을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을 끌어내고자 하지만 그조차도 원하지 않아 합니다.
맥주 한 박스 와인 한 병 그리고 리큐어 2병이 비어지자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의사가 살짝 보입니다. 이럴 땐 알코올이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우리의 견해도 설득력 있게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은 마음이 좋으신 분들이십니다. 단지 자신들의 소신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뿐인 것 같아요.
원칙, 오로지 원칙, 예외 이런 것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리 자연스럽지가 않은 것 같아요.
달이 휘영청 밝아 가을 밤하늘에 걸리니 마음이 넉넉해지는 모양입니다.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살아납니다.
이해하려고 덤벼들며 이해 못 할게 많지 않습니다. 우리도 혹시나 잘 알지도 못하고 떼 만 쓰고 있었던 것도 있었어요.
대화로 푼다는 건 가장 유용하고 경제적인 해결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니.. 술값이 꽤나 나올 것 같긴 하지만 멀어진 마음을 되돌리는 건 그보다 몇백 배 더 들 수가 있으니 대화가 최고의 해결인 건 맞는 걸로 하겠습니다.
글 마무리
자정이 넘어서야 이웃들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웃은 멀리 있는 자식보다 좋다는 독일 속담 같은 걸 들은 적 있습니다. 좋은 관계를 하려면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그러나 깊이 관여하여 불편해지면 안 되고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더 많이 내어주는 것, 이건 이웃뿐 아니라 일상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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