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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독일시골의 안개 속에 갇힌 풍경들 사진 과 소설 "안개" 미겔 데 우나무노

by 검은양(黑未)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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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온 정훈희가 부른 안개 노래를 가끔씩 흥얼거립니다. 안개 가 유독 많은 지역에 살아서인지 안개는 언제나 찾아오는 불편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북독일은 해안지역을 곁에 두고 있어 안개가 한번 끼면 한낮이 지나도 지속이 됩니다.  더구나 겨울이 되면 2주 이상 매일 안개가 이어지므로 폐 가 좋지 않으신 분들에겐 건강적으로 유리하지 않습니다.

 

 

안개 가 불편한 이유

● 안개가 짙으면 운전할 때 시야확보가 안되어 운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순발력이 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걸 느낄 때가 운전할 때인데 거기다 안개가 심하게 끼게 되면 갑작스레 들어오는 자동차에 반응이 빠르지 않아 위험함을 느끼게 됩니다.

 

● 차갑고 습한 공기는 기관지 점막이 부풀어 오르고 기도가 좁아져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숨 가쁨이나 기침이 잦아지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저도 병적인 건 아니지만 기관지가 약해서 안갯속에 오래 있으면 기침이 더 많이 나고 호흡이 잘 안 되어 외출을 자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시골산책길입니다. 나무가 안갯속에서 맥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길 을잃어버릴까 봐 조바심이 살짝 나기도 합니다. 

혼자라면 감히 나와서 걸을 수 없습니다.  가을이라 밖을 자꾸 나가고 싶기는 한데 안개 가 있을 때는 옆지기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멀리 서는 안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연못이 보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너머의 세계와 이 앞의 세계가 달라 보입니다.  내 시야에선 어른걸음으로 대여섯 걸음 디디면 다른 세계로 들어갈듯한듯해서 자꾸만 그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 봅니다.

그러다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나인지, 아님 저 너머에서 서인는 내가 나인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스페인작가 미겔 데 우나무노 가 쓴 "안개"라는 책 이 떠오릅니다.

 

"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현실인가 아니면 허구인가? 이 모든 것은 신 아니면 누군가의 꿈은 아닌가? 그래서 그가 깨자마자 사라져 버릴 것은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는 그를 잠들게 하고 꿈을 꾸게 하기 위해서 그에게 기도하고 찬미의 노래로 경배하는 것이 안겠는가? 모든 종교의 모든 예배와 의식은 신 이 깨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꿈꾸도록 하기 위한 방식은 아닌가? "

 

이 책은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껴져 읽고 나서도 그래서 뭐?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만 안갯속에서 책의 한 구절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다시 한번 읽게 되었을 때 인생의 희비극이 마치 안갯속에서 사라질 운명에 대한 저항인걸 알게 되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안갯속을 걷고 걷다 현실로 돌아오면 환상의 경계에서 벗어난 안도감과 아쉬움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이 적적하고 모호한 풍경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려 여기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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