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가중할 안개 가 하루종일 이어지는 독일의 날씨로 몸이 축 늘어지는 날에 한 소식이 들립니다.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듣고 가짜뉴스일까 봐 여러 채널방송을 봤습니다. 대부분이 유튜브로 뉴스를 듣기 때문에 가짜뉴스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지상파 방송에서 나온 걸로 봐서 사실인가 봅니다.
손발이 떨렸었습니다. 최근 사건에 연류되어 연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라서 더욱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속상해서 사실 더 듣고 싶지 않았어요. 법에 저촉되었으니 만약 사실이라면 죗값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동네 산책을 나왔습니다. 앞이 잘 안보일정도로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1년전에 ...딱 1년 전에 이선균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머릿통을 한 대 맞은 듯 골 이 띵해오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안개가 물처럼 몽글몽글 흘러내려 몸까지 축축해집니다.
죽으면 안될사람인데...
정말 죽으면 안 될 사람인데...
이선균의 마지막 인터뷰 모습에서 검은 뒷 그림자를 보였던 게 섬광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수많은 기사가 난무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는 오히려 배경으로만 있고 이선균에 가혹하리만큼 비난이 쏟아져 나온 걸 봤습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죠? 죄의 무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들은 작은 죄에는 목숨 걸고 욕하고 밟아 죽이면서 몇천 명을 죽인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나 큰 액수의 사기꾼에게는 갑자기 그 죄에 너그러워집니다. 얼마나 불공평하고 잔인한지요?
엊그제는 오랜만에 배우로 일하고 있는 연극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배역이 너무 단역만 들어온다든지, 제법 분량 많은 역할의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고 되는 일이 없다며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내게 속상함을 토로했습니다.
올해 1월에 독일 들어오기 전 같이 식사를 같이 하며 그 후배 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 후배는 고 이선균 씨와 친분이 있었기에 " 너 이선균 만날 때 나도 같이 좀 보자"라고 했더니,
"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바빠져 얼굴 보기 힘들다" 라며 손사래를 쳤었었죠.
그러면서 " 배우라는 게 불안정한 직업이다 보니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가 쉬워 버거울 때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감정이 섬세하고 풍부한 나 역시 마음 둘 곳 없을 땐 감정이 가락국수사리처럼 퉁퉁 불어 주체가 안될 때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많아서 너무나 이선균 씨가 이해가 갔습니다.
이선균, 그를 기리며
어렸을 때부터 내 취향은 " 목소리 좋은 남자" 였는데 이선균의 동굴목소리나 조국대표님의 따뜻하면서 지적인 목소리 가 대표적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지금도 내 인생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다시 한번 보기도 하지요.
작년 인가 "송골매" 공연에서 "아득히 먼 곳"을 이선균 씨가 부른 적이 있었지요. 드라마에서 부르는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긴 했지만 이때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긴 해도 좋았어요.
이곡을 오늘 들으면서 그를 기리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 나의 멋진 배우님 이선균!!!
https://youtu.be/aYOHHELbRew? t=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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