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완두콩을 심었다.
어렸을 때 초록색 콩 알을 까서 쌀 위에 올려서 밥을 해주셨던 엄마의 고봉밥그릇 이 떠올라서
텃밭 한고랑에다 씨앗을 사다가 심어놨는데 3주간의 여행에서 돌아오니 익숙한 모양의 콩집 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 콩 집 안을 톡톡 두들겨서 문을 여니 이쁘게 생긴 콩알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휴~ 귀여워라"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pixabay
완두콩 의 빛나는 초록색 은 내 망막의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올망졸망한 알맹이는 무르익지 못했으나
어디선가 품었던 꿈 의 형상들처럼 반가웠다.
손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콩 들을 훍어내려서 바깥으로 데려 나왔다. 콩들이 "와~" 하며 주르륵 스텐양푼이
속으로 빠졌다. 충분히 부풀은 콩 열매를 따서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니 양푼이에 반 가득 쌓였다.
드디어 해방을 맞이한 콩 식구들! 어머니께서 하셨던 것처럼 쌀 위에 이들을 뿌려놓았다.
하얀 쌀과 금세 잘 어울려 보였다. 콩식구 의 평화로움이 물과 더불어 출렁이며 잠시 이어졌다.
수중에서 가볍게 이리저리 유영하는 자태에 순간 넋이 나갔다.
그러나 밥솥의 화덕으로 콩 의 평화는 미완으로 남을 것 같다.
photo by 최서우
안데르센 동화로 본 완두콩 이야기 (Die Prinzessin auf der Erbse 프린 세신 아우프 데어 이업세 ) 공주와 완두콩
이라는 이 이야기는 덴마크가 낳은 유명한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의 작품이다.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왕자가 "진짜 공주"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지만
결국은 찾지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성문밖에 비를 흠뻑 맞고 찾아온 어떤 여인이 자기가 진짜공주라고 주장을 하여 사실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여왕은 여인 몰래 손님용침대에 완두콩을 한 알 넣어두고 매트리스 20개와 이불 20개를 그 위에 넣어두었다.
다음날 아침 그 여인에게 잠을 잘 잤는지 물어봤다.
그여인은 침대밑이 너무 딱딱해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하자 이 사람이 바로 "진짜공주"라고 판단을 하였다.
스무 장 담요 아래의 완두콩 한 알을 알아차릴 정도의 예민함이라면 진짜 공주가 틀림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왕자는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가끔남편은 내게 완두콩 공주 라고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자주 부정적 의미 로 쓰이는데 99개 마음에 들어도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 까지고 불만을 말할 때 지나치게
예민함 의 문제를 지적하는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선 "민감함"이 긍정적으로 쓰였을 때를 말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부정적으로도 일상에서 예시가
될 때도 있다. 콩종류가 많고 많지만 한여름에 완두콩 은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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