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재채기를 한번 하게 되면 과히 대포소리와 비교될만하다.
스멀스멀 코가 가려워오며 온몸이 조여 오는 재채기하기 전 전조가 있으면 얼른 남편에게 귀 막아라고 경고한다.
내 재채기 소리때문에 고막이 터져나갈 뻔했다고 볼멘소리를 하였기에 이후엔 웬만하면 미리 알려준다.
그것도 준비없이 재채기 나오면 대책이 없다.
한 번으로만 끝내지 않고 보통 서너 번이 이어지기에 그로 인한 에너지소모가 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여간 민폐가 아니다.
오늘은 요리를 뭘로해볼까 이리저리 궁리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있는 것까지고 그냥 먹으면 어떨까?
밥 만 해놓으면 나머지는 냉장고의 남아있는 재료나 그거라도 없으면 김치하나만으로도 가능한 비빔밥을 해 먹는다.
원래는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의 형태는 무우생채무침과 콩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인데 아쉽게도 이곳의 무는
단무지 무우밖에 없다.
사진출처: Reinsaat
이렇게 생겼다 .
몸매 날씬한 이 무는 보기에 좋아도 맛에 있어서는 개인적 소견이지만 무본연의 맛이 없다.
조선무에 비해 단맛도 없고 껍질이 억세고 물기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무생채해도 기대한 맛이 안 난다. 콩나물 은 태국에서 수입한 병에 들어간 삶은 것 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비빔밥 재료로 쓰기엔 물러서 안 쓰는 게 낫다.
이 중요한 두 가지 가 빠진 비빔밥이 뭔가 허전하고 매력이 없는 듯 하지만 다른 재료의 부실함을 다 덮어버릴
찐빵의 앙꼬 같은 핵심이 바로 고추장이다.
맛있는 고추장 하나만 있으면 여름에는 밭에서 상치나 아무렇게나 (독일에서 적응력 탑 인 ) 돌나물을 뜯어와서
밥 위에 넣고 영양을 고려해서 화룡점정으로 계란까지 올리면 잘 차려입은 레드카펫의 여우주연상 감의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상치나 채소를 텃밭에서 구할 수 없을 땐 아보카도를 썰어 넣어도 고추장과의 기가 막힌 화합이 입안에서 잘 이루어진다.
사진출처:voka.ca
비빔밥의 묘미는 조화와 어울림이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서로 얽히고 섞이면서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여러 맛 이 어울리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비빔밥은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아무 하고나 친해지고 적대감이 없는 비빔밥 같은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오늘은 서로 어긋나고 불일치하는 사람과 비빔밥을 먹으며 화해를 청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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