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겸 점심으로 냉장고에서 이틀째 방치되어 있던 식은 밥을 꺼내 볶음밥으로 먹고 정리되지 않은 부엌일을
미뤄놓고 볼 일 을 보러 나갔었다.
구름은 어김없이 심통을 부리며 먹갈색을 제멋대로 후려놓고 저 혼자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바람이 아마도 심술 그만부리라고 쫓아낸 것 같다.
이마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길래 내가 그에게 잘 했다고 말해주었다.
집을 나오니 건너집 닐스 할아버지집의 둔탁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막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닐스할아버지는 건강이 좀 나아진 것 같다.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진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더니 저번의 화난 얼굴은 어디 가고 아이처럼 입꼬리를 올려서 웃으며
어눌하게 내 이름을 불러준다. 이웃의 화평은 세계의 평화와 연결된것같다.
내가 보는 세계가 이 이웃들과 있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집 베란다벽에 기대서 뽐내듯 피어있는 달리아는 옆집 바바라가 특히 좋아하는 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정원을 ㄷ 자 형태로 다양한 종류의 달리아 꽃으로 심어놓았다.
그 꽃들이 만발할 땐 그 화려한 색채와 잘생긴 모양새로 넋을 빼게 하곤 했다.
그녀가 이 꽃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는데 추측을 해보자면 열정적이고 화려한 그의 성향이
이 꽃의 꽃말처럼 닮아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서우가 찍다
Dahlia 달리아는 달리아의 속명이며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드레아스 달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
달리아라고 전해지고 있다. 멕시코의 국화이다.
우리 집엔 올해 봄 바바라가 준 구근 몇 개를 심었더니 저렇게 어여쁘게 피었다.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배가 출출했다.
어제 남편이 먹고 남은 찐 감자 2개 가 보였다. 두 개로 이 끓어오르는 허기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든든한 지원군 라면과 합작을 한다면 훌륭한 한 끼의 탄생이 될 것이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감자를 썰고 수프와 함께 끓였다. 화력을 가장 세게 해서 5분 안에 음식완성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는 심정으로 불옆에서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젓가락을 들고 서있었다.
마침내 물이 끓자 라면을 넣고 3분 만에 완성된 그것을 김치와 함께 먹는 시간조차 5분을 넘기지 않았을 것 같은
한 끼가 막을 내렸다.
배는 채워졌고 나의 분주하던 뇌는 포만감으로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라면을 먹은 건지 , 감자를 먹은건지 잘 기억이 안 났다.
라면 위를 감자로 다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해내고 싶은데 뇌는 게을러져서 제발 묻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라고 외친다.
이런... 빌어먹을!!!! 나의 뇌는 도대체가 단세포로 이루어져서 써먹을 때가 없다!
최서우 가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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