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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시골생활

8월 여름 에 허송세월 을 보내다-질병은 사람을 겸손하게한다

by 검은양(黑未)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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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봄부터 시작해 여름까지 첵켄(Zecken)이라는 진드기 가 옮기는 질병에 노출되기가 쉽습니다.  예전에는 남부 산 이 많은 곳에서 주로 있었지만 기후변동으로 서서히 산악지대가 없는 북쪽 독일에도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진드기에 물리면 뇌신경이나 골근육 쪽에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굉장히 무서워요.  그런데 물리고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치료불가능한 병을 앓게 됩니다. 

 

예전에 독일의 살인진드기 Zecken 에 관하여 쓴 글이 있습니다. 참고사항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nordlicht.tistory.com/6

 

독일 진드기 (Zecken) 와 다양한 진드기 퇴치기구들

진드기는 그 의미가 우리가 사용되는 언어 속에서 알 수 있듯이 귀찮고 끈질기고 남의 피 빨아먹거나 자기 잇속을 채우는 등 온갖 부정적인 용어로 대표되는 생물체 중 하나다. 생활 속에서는

nordlicht.tistory.com

 

작년에 한번 물렸는데 또 진드기의 공격을 받다

작년에 약 먹었는데 올해 또 물렸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났어요.  하기야 세상에 언놈도 나를 좋아하는 놈이라곤 없는데 이 벌레라도 나를 좋아하니 감지덕지할 일이지 않은가 라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진드기에 물리면 여러 가지로 성가시다.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벌레 가 떡하니 내 피부밑에 기어들어와 있는 몰골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걸 보면 정말 징그러움..ㅜㅜ)  가려움증이 미칠 만큼 일어나서 박박 끓고 있으면 살이 벗겨지는 걸 느낍니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3주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약인데요, 3주나 항생제를 투약해야 된다니 심적 부담이 많습니다. 작년 경험에 의하면 약간 우울증까지 오더라고요. 햇빛도 조심해야 하고 알코올은 당연히 안되고요 (이것도 삶의 낙이 떨어지게 하는 것같고요) 심한 운동도 안됩니다.  

 

항생제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시죠?  항생제를 이렇게 자주 복용한다면 장 건강에도 좋지가 안다고 들었어요.  이런저런 생각하니 성질나고 화가 났다가 울적했다가 오만가지 감정이 일어납니다.

 

지금 몸이 아파 약을 장복 용하고 계신 분들은 아마도 공감하실 것입니다.  단순히 약을 먹는 것이 힘든 게 아니고 동반되는 우울감이 힘들다는 것을요.  게다가 여러 가지 제약을 가지니 자유가 박탈되어 자신이 뭔가에 똘똘 묶여있는 기분이 들지요.

 

8월 여름 허송세월을 뒷마당에 앉아서 보내다

허송세월 은 김훈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 책입니다. 작년경험에 보면 이때는 집안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였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었다는 기억만 있어요.  아마도 이번에도 3주간은 그저 허송세월 보내게 될 것인데 그 허송세월이라는 어감은 왠지 낭비, 소비라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거든요.   그런데 김훈 작가님의 허송세월은 벼가 익어갈 때 내리쬐는 햇빛처럼 필요한 세월임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라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 세끼 밥 만 잘 챙겨 먹기로 했습니다.  먹는 것에 코 처박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는데 그들만큼 본능에 충실하게 삶이 오히려 경건한 삶일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물관의 똥바가지 챕터중에서

 

"허송세월의 가벼움으로 버텨내는 생로병사의 무게- 출판사 소개글"은 이 책을 당장 손에 잡게 합니다. 오늘은 뒷마당에 앉아 잔디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을 보며 허송세월의 가벼움으로 이 암울하고 허약해진 몸이 주는 서글픔을 이겨내려 합니다.

 

 

 

글마무리

사람이 가장 겸손해질 때가 언제일까요? 건강하고 돈이 많아지면 점점 오만해집니다. 게다가 하는 일마다 다 잘되고 자식도 잘되고 이름도 알려지고 돈도 잘 벌려지면 세상이 내발아래 있는 듯 겁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까지 안 가봐서 모르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니 처음엔 안 그렇더라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더라고요.  나라고 그리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몸 이 아프니 나의 뒷발자국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허리가 굽혀지고 무서운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을 향해 자연스럽게 겸손해지는걸 알게됩니다.  허송세월의 가벼움으로 생로병사의 무게를 버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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