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64 여기도 결코 내 안주 의 곳은 아니구나 -이상 날개 12 어렸을 때 나는 호기심이 왕성하였더랬어요. 그래서 자잘한 사고도 많이 쳤었죠. 이런 사고쟁이 나의 손이 닿지 않을 높은 선반 위에 엄마가 아끼던 그릇세트 를 올려놓으셨어요. 백옥 같은 하얀 접시에 분홍꽃그림이 있던 그릇을 귀한 날에만 밥상에 올려놓으시고 다시 닦아서 신문지에 싸서 선반에 올려놓으셨어요. 어느 날 난 그 뽀오얀 접시가 궁금해져서 의자 위에 까치발로 서서 선반 위의 통을 꺼내려다 그 통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안에 든 모든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그때 깨지는 소리가 날카로운 비명처럼 찢어지듯 커서 나도 놀랐어요. 일하러 갔다가 돌아온 엄마는 깨진 접시와 그릇들을 보며 망연자실하시다가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날벼락 떨어질 줄 알고 단단히 마음먹고 얻어맞.. 2025. 2. 16. 왜 하늘에서 지폐가 소낙비처럼 퍼붓지 않나 -이상 날개 11 꼭 배우고 싶은 게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었어요. 피아노였습니다. 부잣집에 사는 영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진짜 부러웠거든요. 소리가 저렇게 아름답게 나는데 한번 쳐보고 싶은데 그 애집 말고는 한번 쳐볼 수 있는 곳조차도 없었어요. 학교에 있는 것이라곤 고작 풍금 이 다였는데 피아노소리만큼 청아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하고싶은거라 엄마에게 떼를 쓰다가 집사정 뻔히 알면서 생떼 쓴다고 등짝스매싱만 맞았지요.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지요. 그떄 하늘을 바라보며 저 내리는 비가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 날개 11 나는 기운을 얻었다. 나는 그 단벌 다 떨어진 골덴 양복을 걸치고 배고픈 것도 주제 사나운 것도 다 잊어.. 2025. 2. 14. 한복의 새로운 해석, BTS 한복을 했던 김리을 디자이너 작품들 한복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외에 살다 보니 한국에선 특별히 입을 일 없을 것 같은 한복을 이곳에서 파티복으로 혹은 중요한 행사에 입기 위해 몇 벌을 사 왔습니다. 요즘엔 개량된 한복이 이쁜 게 많아서 그곳에도 눈길이 계속가요. 그런데 사실 평상복으로 사용하기엔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더라고요. 원단 자체가 탄력이 없으니 그 점이 한계일 수도 있겠어요. 김리을 디자이너 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32세 아직도 젊은 나이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어찌하여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우리가 모르는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어둠의 그림자가 있었던가 봅니다. 김리을 디자이너는 방탄소년단의 한복을 디자인하여 유명세가 가속화되었지요. 아이돌 노래공연 그때 가슴이 벅차.. 2025. 2. 14. 코를 스치는 아내의 체취는 꽤 도발적이었다 -이상 날개 10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남들은 그 행복하다는 허니문 동안에 깨소금 볶는 일보다 저희는 전쟁이 더 잦았던 신혼 초를 보냈답니다. 한 번은 지독하게 싸우고 (대체로 가 나의 더러븐 성질로 벌어졌는데 지금생각해 보면 이런 나를 참아주고 살아주고 있는 남편에게 이순신장군만큼 존경과 경외감을 표합니다!!!) 한 번은 내 분풀이에 못 이겨 잠이 들었는데 저녁에 샤워를 하고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남편의 체취가 그렇게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없었습니다. 모든 미움이 단숨에 사라지고 오롯이 사랑(그것이 육체적인 욕망일지라도) 스러움으로 피어나는 그 순간이라니...햐아.... 해가 들창에 훨씬 높았는데 아내는 이미 외출하고 벌써 내 곁에 있지는 않다. 아니! 아내는 엊저녁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에 외출한 것인지도 .. 2025. 2. 13. 나는 무엇보다도 좀 쉬고 싶었다- 이상작가의 날개 9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괜스레 혼자 삐져서 밥도 안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가 배가 고파 죽도록 후회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시위한답시고 밥 먹어라 해도 안 먹고 입이 댓 발 튀어나와 이불 안에서 어쩌면 나를 불러주기를 바라면서 혼자서 시위했지요. 그러다 진짜 모르쇠로 가족들끼리 맛있는 밥 먹는 소리 숟가락소리 들리면 어찌나 서럽고 혼자의 시위가 후회되던지요... 이상 날개 9나는 몹시 흔들렸다. 내객을 보내고 들어온 아내가 잠든 나를 잡아흔드는 것이다.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다. 나는 좀 눈을 비비고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노긱 춘 초리에 떠서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좀처럼 이 .. 2025. 2. 11. 북독일시골 일요일의 풍경을 담다 제가 사는 곳 작은 시골마을 위성으로 또 작디작은 쁘띠 시골이 둘러싸여 있는데요,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이곳의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는 듯 화사한 햇살이 뿌리고 있습니다. 일요일 엔 가족들이 대체로 가 점심식사 후 산책을 나가는데 오늘처럼 햇살이 좋을 땐 오전부터 산책길이 나있는 곳 어디든 이 좋은 선물 같은 햇살을 즐깁니다. 북쪽독일 중 바이킹 의 침략이 많았던 해변가 마을은 우리네의 민속신앙과 같은 것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기독교 국가이지만 기독교의 쇠퇴가 확연하게 눈에 띄는 곳이 살고 있는 동네근교 풍경입니다. 일요일마다 모든 사람이 교회에 갈 것 같았지만 막상 제가 교회를 가보면 나이 든 사람들이나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회에 가서 스탬프를 받아오기 위해 오는 아이들을 제외하면 20명도 채 안.. 2025. 2. 10. 이전 1 2 3 4 ··· 6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