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304 검정 고무신 이 독일땅을 밟다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처마밑에 놓여있던 검정고무신 검정고무신 보면 시골의 정경과 엄마손에 끌려 외갓집 방문하면 반가움에 고무신을 허겁지겁 신고 뛰어나오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고무신 에는 언제나 일터에서 고단함을 묻히고 집으로까지 따라온 흙들이 있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외갓집에 맡겨놓으셨는데 아이들이라고 집에그냥 놀 게만은 하지 않으셨어요. 산에 가서 불쏘시게로 쓸 나뭇가지라도 주워와야 했지요. 어쩌면 그것이 놀이의 한 형태 이기도 했습니다. 사촌들이랑 나뭇가지 많이 모으기 내기를 하거나 어떤 지점을 정해놓고 누가 빨리 산에 오르나 경주도 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가지 불편했던 건 저는 늘 운동화가 흙먼지에 더럽혀지는 게 싫어서 전전긍.. 2023. 5. 17. 강위로 적의 시체가 떠내려가다! 물 이 사방으로 뚫려있는 곳에 살다보니 곳곳이 물 의 몸 을 세밀하게 훓게된다. 컴퓨터앞에서 자판기 두드리며 마치 인생을 다 아는듯 이런저런 말로 다른사람들 앞 에 공갈협박 하거나 젠체 하거나 하다보면 방안 공기는 점점 무거워오고 나와 기계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럴땐 빨리 밖으로 나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면을 쓴 모습이 굳어져서 나를 못알아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겉옷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나오니 요즘 막 꽃망울 터뜨리기시작한 라일락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붉은 벽돌집에 사는 얀 할아버지 손녀가 이번달에 산달 이라는데 출산을 했을지 그집을 지나치면 궁금해진다. 잰걸음으로 걷다 눈에 들어온 겨울정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그집엔 식탁에 사람이 여러 앉아있는 걸로 봐서 오늘 손님이.. 2023. 5. 16. 당근의 효능 과 당근에 대한이야기 채소를 살 때는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걸 위주로 살 때가 많은데 이유는 지역경제 살리는데 기여한다는 거시적 목적과 더불어 우선 안심되는 유통과정 과 싱싱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격은 물론 좀 비싸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는 채소는 양배추와 당근, 그리고 주식으로 이용되는 감자이다. 문밖을 나서면 양배추 밭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매년 가을이 되면 지역축제 인 Kohltage (양배추 날) 가 부근에서 크게 열리며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요리 소개와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당근의 추억 인근에 승마하는 곳이 많아서 말 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말뿐만 아니라 양이나 토끼 등 동물이 많아서인지 가게 앞에는 그들이 즐겨 먹는 거대한 자루 속에 들어있는 당근주머니가 시선을 끈다. 어딜 가나 한 무더기씩 흔.. 2023. 5. 15. 부자되는 법 이 쓰인 책 예전에 "10년 안 10억 모으기 텐인텐"이라는 카페에 가입을 해서 비장한 마음으로 돈 모으기에 열혈 회원으로 활동한적이 있다. 그때 나는 영어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월급은 월세 내고 아픈 아버지 병원비 보내드리고 나면 여유가 거의 없는 형편이었었다. 강사수입으로는 10년안에 10억은 불가능했고 더욱이 상황적으로 부모님 생활비까지 지원을 해야 해서 그 목표를 이루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이라는 몸부림은 쳐봐야했었다. 오전에 영어유치원수업 하는 곳에 면접을 보러 가서 자리를 얻어내었다. 아침 7시 반부터 10시까지 커다란 수업자료 준비 가방을 메고 두 학원 간의 제법 긴 거리를 오가며 2년 가까이 일을 했다. 그 인터넷카페에서 주최하는 강연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 2023. 5. 13. 그곳엔 사과꽃이 꿈처럼 피어있다(Altes Land) 독일에 처음 살았던 동네가 Altes Land(알테스란드)이다. 사과밭이 엘베강을 주변을 휘돌아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도착한 때가 겨울이었으니 앙상한 나무들만 있어 얼은 땅 위에 간신히 뻗쳐있는 나무가 더 춥게 느껴졌다. 12월에는 그나마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으로 따스함이 묻어났다. 제일 힘든 시기가 1월과 2월이다. 성탄절의 분주함이나 설렘 이 다 먹고 난 빈접시처럼 허망하게 되면 자연도 꽁꽁 얼어서 동면에 들어가 있는 이 두 달은 지루하다. 저녁 6시가 되면 가게들 문이 다 닫히고 집 들 은 기다렸다는 듯이 축 늘어진 사람들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7시가 되면 생기를 받은 사람들을 도로 뱉어놓았다. 이렇게 두 달은 문이 열리고 닫히고 하는 동작만 일어났다. 4월이 되면 .. 2023. 5. 12. 크레타 여행 1.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의 묘지명에 있는 이것을 나는 쉼 없이 되새겼다. 내 허약한 성정에 부질없는 욕망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문구인 게다. 크레타 섬에서 돌아오니 독일은 매일매일 비 내가 내렸고 이틀째 우박도 내렸다. 중간고사도 정신없이 치렀고 과제물 하느라 허리가 휘어졌다. 퍼석한 머리에 쭈굴쭈굴한 얼굴이 거울에 비칠 때, 줌으로 친구와 대화할 때면 정말이지 웬 시골의 중년 아낙네가 보여서 피하고 싶었다. 집에만 있으니 얼굴 보살필 일을 전혀 안 하게 된다. 게으럼이 아주 자세를 잘 잡았다. 크레타 섬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그의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자꾸 그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자기 전 그의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 2023. 5. 11. 이전 1 ··· 46 47 48 49 50 51 다음 반응형